날짜 2025-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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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순열 서울지방변호사협회장은 10월 29일 공정거래위원회 청사 앞에서 ‘공정위의 변호사단체 사무 개입 중단’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공정위가 대한변협과 서울변회를 상대로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심사에 착수하자, 이를 “불량로펌 감싸기”라 규정하고 위원장의 사퇴까지 요구한 것이다. 겉으로는 ‘변호사 자율 규제’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법의 절차적 정당성을 정치적 구호로 치환한, 법조인의 본분에 어긋나는 행위다. 변호사는 법정에서 싸워야지, 광장에서 싸워서는 안 된다.
공정위의 심사 착수는 아직 위법성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절차적’ 행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서울변회장은 ‘불량로펌’이라는 낙인을 스스로 찍고, 행정기관의 판단이 확정되기도 전에 여론을 앞세워 결론을 선포했다. 변호사단체의 대표가 법이 정한 절차의 완결을 기다리지 않고 이른바 ‘정치적 프레임’을 형성하는 것은, 법률가로서의 책무를 저버린 행위다. 만약 공정위의 조치가 부당하다면, 법률로써 다투면 된다. 변호사단체라면 행정소송, 집행정지, 헌법소원이라는 합법적 수단이 있다. 그럼에도 피켓을 들고 청사 앞에 선 것은, 절차적 정당성을 스스로 포기한 선언에 다름 아니다.
조 회장의 시위는 단순한 항의가 아니라 정치적 행보로 읽힌다. 그는 이미 대한변협 청년부협회장, 서울변회 부회장 등을 역임하며 협회 내 정치적 기반을 다져온 인물이다. 김정욱 현 대한변협 회장의 선거 당시 실질적인 러닝메이트로 출마해 함께 당선되었고, 취임 직후부터 협회의 정책 방향과 보조를 맞추며 전국적인 인지도를 높였다. 심지어 김정욱 회장이 정치권 인사와 회동할 때 조 회장이 동석하며 존재감을 과시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행보는 단순한 직무 수행을 넘어 차기 변협 회장직을 의식한 정치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조 회장은 공정위 규탄 시위 이전부터 “불량로펌 척결”, “사법 피해자 보호” 등의 구호를 내세워 언론 노출을 확대해 왔다. 공정위의 법적 판단이 내려지기도 전에 ‘불량’이라는 단어를 반복 사용한 것은, 특정 로펌을 낙인찍음으로써 여론의 표적을 만드는 정치적 언어 ‘전략’에 가깝다. 그 결과, 아직 사실관계조차 확정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도덕적 재판’을 선포하는 효과를 노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는 변호사단체가 지켜야 할 절제와 공정성의 미덕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변호사단체의 수장은 법률가의 논리로 설득해야 한다. 공정위의 심사가 위법하다면, 그 근거를 조목조목 지적하여 법의 테두리 안에서 다투면 된다. 그러나 조 회장은 절차보다 구호를, 논증보다 이미지를 택했다. 서울변회장의 1인 시위는 단순한 항의가 아니라 정치적 제스처로 해석되었고, 이로서 법조단체의 도덕적 권위를 스스로 훼손했다. 나아가 변호사단체가 법률 문제를 ‘거리 정치’로 풀기 시작하면, 법률가 전체의 언어가 선동의 언어로 변질된다.
조 회장은 이제 더 이상 개인 변호사가 아니다. 그는 2만7천명이 넘는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 회원의 대표로서, 법조 자율성과 절차적 공정을 지켜야 할 위치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법률의 힘이 아닌 구호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이는 변호사단체의 본질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다. 법률가는 여론의 인기보다 법의 원칙으로 평가받아야 하며, 정치적 열기보다 냉철한 절차로 판단받아야 한다.
필자는 조순열 회장이 지금이라도 광장의 피켓을 내려놓고, 법의 논리로 돌아오길 촉구한다. 공정위의 심사가 부당하다고 믿는다면, 그 부당함을 증거와 조문으로 밝히면 된다. 법조의 신뢰는 목소리의 크기에서 오지 않는다. 조 회장이 진정으로 법을 지키고자 한다면, 정치가 아닌 법으로 싸워야 한다. 그것이 변호사의 본분이며, 국민이 변호사단체에 부여한 유일한 권위의 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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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법은 시위로 지켜지지 않는다, 정치가 된 변호사단체의 그늘 (바로가기)